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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정형 조직구조' 개선하겠다는 국세청, 현실은?
  • 작성자 세무그룹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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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2-24

국세청은 전국적으로 2만명이 넘는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중앙부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국세청 내부는 '세렝게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소위 극단적 '압정형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어, 9급 공무원으로 입사해 20~30년을 피땀흘려 일해도 고위직 반열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사무관(5급)으로 올라서지 못한 채 '하위직(통상 6급 이하)'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에게도 '승진'이란 중요한 가치다. 국세공무원들도 근본은 직장인이며 승진이라는 가치에 대한 열망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압정형 조직구조에서 파생되는 인사적체 등으로 인해 조직 내부에 사기 저하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국세청의 현실이다. 

인사적체 문제 해소는 새로운 국세청장 부임 전후 등 꽤 자주 등장하는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동안 조직원들에게 쌓여 온 경험칙에 의해 인사적체 문제 해서는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다.

특히 공무원 정원이나 조직, 예산 등과 밀접한 연관이 맺어져 있어 국세청이 홀로 발버둥을 친다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인사적체 문제의 근본 원인인 압정형 조직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국세청은 지난 1월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발표한 2020년 국세행정방향에 '압정형 조직구조 개편' 추진 의지를 담아냈다. 지난 십 수 년동안 그 누구도 해결해내지 못한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것일까.   

국세청 조직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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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조직원 2만명을 훌쩍 넘는 대규모 조직이다. 사실 모든 정부부처가 서기관(4급) 이상 고위직 정원을 풍족하게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엄밀히 따지면 유독 국세청만이 가진 문제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국세청 조직이 크고 이에 비례해 하위직 비율이 높다보니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다.  

피라미드 구조 보다 더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압정형 조직구조'로 평가될 정도로 6급 이하 하위직 비율이 압도적이다.  

2020년 2월 현재 기준 국세청 6급 이하 직원수는 1만9239명으로 전체의 92%다. 

고위공무원(가·나급) 정원은 파견직을 제외하면 36명이며 부이사관(3급) 정원은 22명(파견직 제외), 서기관은 347명 정도로 이를 다 합쳐도 조직의 2% 정도 수준이다. 초급 관리자 반열인 사무관 정원 1229명을 합쳐야 조직의 8% 정도를 '고위직'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민간 기업처럼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승진 외 연봉 등 경제적 이익으로 보상해 주는 것 자체가 힘든 공무원 조직에서 최대의 보상은 승진이지만 관리자급 정원이 극소수인데다, 성과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이른바 '연줄'로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 등이 겹쳐 승진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다.

여기에 5급(사무관)부터 출발하는 행정고시 출신들이 부이사관급 이상 자리를 대부분 잠식하는 형태의 인사가 계속해서 이어져 오면서 출신 성분간 '보이지 않는 갈등(고시-비고시)'이 굉장히 심하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9급에서 8급으로의 승진은 평균 3.02년이 소요됐으며 8급에서 7급으로의 승진은 평균 6.03년, 7급에서 6급 승진은 10.01년, 6급에서 5급 승진은 10.11년이 소요됐다.

9급으로 입사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려면 총 29.17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승진을 포기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겠다는 젊은 직원들이 늘면서 업무효율의 저 및 세대갈등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승진 문턱에서 좌절한 직원의 조직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인한 사기저하 등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7월 김현준 현 국세청장 취임을 전후해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본청과 지방국세청, 세무서 등 소속 국세공무원 1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국세청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 1위가 '인사적체'였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국세청장이 직원들의 바람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조직을 빠르게 장악해 조직원들이 국세청장이 지향하고 있는 한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승진적체는 직원 사기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5급 이상 정원이 전체의 7.8%에 불과한 직급구조에서는 승진적체 해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5급 이상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관련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세청장의 호언장담… 그러나 결과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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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국세청장은 지난해 6월26일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답변을 통해 "승진적체는 직원 사기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5급 이상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관련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1월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압정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중요한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선 단 한줄의 언급도 없었다. (사진 국세청)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 김 국세청장의 공언을 둘러싼 국세청 조직원들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관계부처(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 협의만 가지고는 사무관급 이상 고위직 정원 확대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경험칙'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차관급 부처인 국세청이 장관급 부처로 격상되고 이에 수반되어 사무관급 이상 고위직 정원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근본 문제인 '압정형 조직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부처 일각에서는 국세청 고위직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정반대 인식도 있는 형편이다.

올해 추진할 국세행정방향에 압정형 조직구조 개선이라는 테마를 포함시켰지만 구체적인 추진전략에 대한 언급은 배제되어 있어, 국세청 내부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고 일반 국민들과의 접점이 전혀 없는 일을 국세행정방향에 포함시킨 것 자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들도 적지 않다.

일단 내부적으로 국세청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는 물론 '총액인건비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풀어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 효과는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기대감을 갖는 모습들이 엿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위직 정원 확대는 예산문제 등이 다 얽혀 있어 단기간에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다 조직이나 정원, 보수 예산을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총액인건비제도를 활용하는 방법 또한 국세청 예산이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조직원들에게 무언가 '보여주기식'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현재 국세청이 펼쳐 놓은 각종 인사정책을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동안 국세청은 미래인재 양성제도(폐지), 우수인력 추천제, 전문직위제 등 다양한 인사정책들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직원은 "인사제도는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있던 제도를 없애고 새로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미래인재 양성 제도가 교육이 많고 보고서를 내야하는 등 직원들의 부담이 있고 승진을 위한 제도로 변질되어 폐지되고 우수인력 추천제가 생겼지만 이마저도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수인력 추천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국세청 내부 인사제도로 세무서나 지방국세청 관리자가 우수한 직원을 추천해 전산관리하는 것으로 지방국세청이나 본청에 전입할 때 우대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승진에 직접적인 혜택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승진을 기대할 수 있는 지방국세청이나 본청에 전입할 기회를 주다보니, 일종의 '승진우대'라는 인식이지만 개인의 의중과 상관 없이 본청 또는 지방국세청 전입 후보로 거론되는 등 직원들이 기피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는 전언이다.

B직원은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는 한정적인데 사무관 이상 정원이 늘면 조직에 활력이 생기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세청이 늘리고 싶다고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다 한정된 승진인원 속에서 여러 인사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거기에 속하지 못한 직원들은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직원은 "국세청장이 교체될 때마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결과는 매번 똑같았다"며 "뾰족한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압정형 인력구조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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